JACKJEANNE_잭잔느 번역/SS_쇼트 스토리

CONCEPT ART & SHORT STORY :: 03. 네지 코쿠토(根地黒門) 번역

mido_bup 2022. 10. 12. 20:04

원문 :: https://jackjeanne.com/special/cass/

CONCEPT ART & SHORT STORY|ジャックジャンヌ 《 JACKJEANNE 》

『ジャックジャンヌ 《 JACKJEANNE 》』CONCEPT ART & SHORT STORY

jackjeanne.com

 

「잭잔느(JACKJEANNE)」 메인 캐릭터 일동의 오리지널 쇼트 스토리(short story) & 컨셉 아트(concept art)

 


네지 코쿠토(根地黒門)

Sui Ishida/BROCCOLI

 








무대는 거대한 장치. 잭과 잔느는 그것을 이루는 톱니바퀴. 나는 그들을 조립하는 장인이다.


어둑한 방 안에서 대낮과도 같은 빛을 뿜어내는 컴퓨터만이 요란하다. 벽에는 한계치 이상의 책이 그득 꽂혀있는 책장. 바닥에는 미처 다 꽂아 넣지 못하고 쌓아 올린 책으로 요새를 구축했다.

「어디 보자

한 손에 커피를 든 채 그중 한 권을 별 어려움 없이 꺼내들며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그 방의 주인. 유니베일 가극 학교의 3학년. 약간의 사정이 있어 쿼츠에 소속되어 반장을 맡고 있는 네지 코쿠토(根地黒門)다. 동기는 쿼츠의 알 잔느인 타카시나 사라후미(高科更文)와 잭 에이스인 무츠미 카이(睦美). 네지는 자주성이 중시되는 유니베일의 교풍을 십분 활용하여 쿼츠의 각본·연출을 담당함은 물론 연기자로서도 잭과 잔느가 모두 가능한 다재다능함을 살려 무대에 이바지하고 있었다. 지금도 신입생 공연에 관한 여러 가지를 조정하던 중. 화면의 스크롤을 따라 바쁘게 굴러가는 눈동자와 함께 머릿속도 분주해졌다. 그래서겠지. 방문을 알리는 노크 소리가 미묘하게 강해진 것은.

「네네, 들어오세요!」

현실로 돌아온 네지가 답하자 「드디어」라는 덤과 함께 문이 열린다.

「실례합니다」

옅은 색소의 피부와 그 빛깔 일부를 희미하게 녹여낸 듯한 색의 부드러운 머리카락. 순백의 가련함을 지닌 이가 내리깔았던 눈동자를 바로 했다.

「불러놓고 무시라니 뭐하시는 건가요. 저도 한가하진 않아요」

비난하는 목소리의 날카로움은 외모가 주는 인상과 거리가 멀었다.

「미안해, 시로타 군!」

시로타 미츠키(白田美ツ騎). 네지보다 한 학년 후배인 2학년 학생. 겉모습이 주는 인상 그대로 여성 역할인 잔느를 담당한다.

「그도 그럴게, 제대로 와줄 거라고 생각을 못 했으니까」

기죽지 않고 떠들자 그의 눈초리가 점점 날카로워진다.

「1학년 후배를 전서구로 써놓고는 뭡니까, 그 변명은」

그렇다, 그는 아직 생소하기 짝이 없는 쿼츠 1학년에게 「시로타 군을 불러와」라고 가볍게 부탁했던 거다.

「하지만 카이한테는 부탁하지 말라고 했잖니, 네가」
「당연하죠. 저희들의 잭 에이스를 그런 시답잖은 일로 부려먹지 말아 주세요」
「그러니까 대신 새로 들어온 1학년……」
「그것도 관두시라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용건은요?」
「걔는 대체 널 어떻게 움직였담? 무슨 수를 쓴 거야?」
「……볼일도 없는데 부르신 거군요. 실례하겠습니다」
「아아, 잠깐만!」

당장 돌아서려는 시로타를 향해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며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시로타가 흐릿한 표정을 지어보인 것은 네지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용건은요?」

네지는 「좀 겹치긴 하지만」이라는 서두를 덧붙이며 본제로 들어섰다.

「네가 보기에 올해 1학년들은 어때?」

시로타가 미간을 좁힌다.

「후미 씨나 카이 씨한테도 물어보셨지 않나요, 그거?」
「역시 아시는구나,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시로타의 말마따나 후미와 카이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다.

「알 잔느와 잭 에이스의 대답이면 충분하잖아요. 왜 저까지……」
「무슨 말씀! 자네는 우리 쿼츠의 트레졸(トレゾール), 스타님(花形) 아니십니까!」

유니베일에서는 노래를 빼어나게 잘 하는 잔느를 트레졸이라 부른다. 시로타 역시 그렇게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난 가창력으로 쿼츠의 무대를 물들여주고 있었다. 인기도 많다.

「아니 정말로, 네가 쿼츠 소속이라 다행이야. 로드나이트(ロードナイト)가 원하는 인재니까 말이지」

로드나이트, 라는 말에 시로타가 입을 꾹 다문다.
유니베일은 네 개의 반으로 나뉘고, 각 반마다 특색도 달랐다. 쿼츠는 「투명」이라는 반의 테마에서 알 수 있듯이 아직 무대를 겪어보지 못한 미경험자가 많이 입학하곤 했다. 반으로서 핸디캡이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높은 자질을 지닌 재능 있는 학생이 입학하는 일도 드물지 않게 있었다. 시로타 역시 그러했다. 공연에서는 반의 상황에 따라 춤, 노래, 연기, 뭐든 한다.
그런 반면에 색깔이 분명한 반도 있다. 오닉스(オニキス)와 로드나이트(ロードナイト)가 그렇다. 오닉스는 아무튼 힘찬 군무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잭 중심인 반이고 로드나이트는 호화찬란한 가창력을 내세우는 잔느 중심인 반. 시로타의 능력치를 생각하면 로드나이트에서 활약하고 있다고 한들 이상하지 않다. 실제로 로드나이트의 반장은 시로타에게 집착하고 있었다. 어느 반이든 정상을 노리는 데에 진심이었으니까── 특히 지금은.

「그래서 어때, 이번 1학년들은」

네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지금 이대로 가면 좋지 않다는 건 너도 잘 알고 있잖아? 왜, 있으니까……『앰버(アンバー)』」

내놓은 이름은 유니베일의 네 반 중 하나. 다만 동등한 위치에 두고 논하기는 어렵다. 시로타 역시 그 이름의 무게를 실감하는 모양이었다.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진 모양인지 목가에 두른 하늘색 넥타이를 만지작거리며 입을 연다.

「……눈에 띄는 건 세 명이에요」

시로타의 말은 단적(端的)이다. 우선 첫 번째.

「오리마키. 노래는 용케 유니베일에 들어왔구나 싶을 정도로 서툴지만, 목소리에는 올곧은 힘이 있어요」

그리고 두 번째.

「요나가. 그 녀석은 그 녀석대로 대체 왜 유니베일에 들어온 건가 싶을 정도로 늦된 데다가 계속 위축되어 있지만 노래의 의미를 남들의 배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만……」

거침없이 답을 이어가던 시로타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둘 다 그냥 못해서 눈에 띄었을 뿐인지도 모르겠네요」
「못해서 시로타 군의 주목을 끈 거라면 운이 좋네, 그 애들」

농담을 던지자마자 곧장 노려보는 시선이 돌아온다.

「그래서, 세 번째는?」

마지막 답변을 재촉하자 시로타가 한숨을 내뱉었다.

「네지 씨가 전서구로 써먹었던 그 녀석이에요」

네지는 마음속으로 『역시 그랬구나』라고 중얼인다.

「그렇다는 건, 오리마키 군이나 요나가 군처럼 그 전서구 씨에게도 산더미 같은 문제들 속의 한 조각 빛이 있다는 뜻?」
「아뇨, 그 녀석은……」

망설이던 시로타가 신중하게 말한다.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다, ……라고 하면?」
「말 그대로예요」

그 이상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뜻이었다.

「이제 됐죠? 실례하겠습니다」

볼일은 다 봤다며 시로타가 문으로 향한다.

「앗, 마지막으로 물어봐도 될까나! 전서구 씨는 널 어떻게 여기까지 데려온 거야?」

반에 속해있긴 하지만 무리 짓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시로타. 순순히 남의 말을 듣는 타입이 아니었다. 후배의 말이라면 더더욱 그럴 터다.

「…………」

내지른 질문에 돌아온 답은 침묵. 퇴석을 위한 문이 열린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인가.

「……특별히 뭔가를 한 건 아니에요」

곧장 미련을 떨쳐낸 네지에게 돌아올 리 없다고 생각했던 답이 돌아온다.

「연습하다가 잠깐 쉬고 있을 때 그 녀석이 「네지 선배가 부르세요」라고 말했을 뿐이에요」

네지의 입에서 「헤에」 놀라움 섞인 감탄이 흐른다.

「그건 시로타 군이 응해줄 것 같은 타이밍을 살피다 노려서 얘기했다, 는 거지?」

그는 노래할 때는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부를 노래에 대해 이것저것 생각하고 있을 때가 많다. 정말 쉬고 있을 때를 파악하는 건 당연히 꽤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노래와는 별개로 그냥 말을 걸지 않았으면 할 때가 섞여있다. 그런 그의 특성을 이해하고서 말을 걸었던 걸까, 그 전서구는.

「그건 제법 『특별히 뭔가를 한 것』아냐?!」

네지가 감탄하며 수긍한다. 그러자 시로타가 돌아서며 「뻔하다」고 질책이라도 하는 투로 말했다.

「전부 계산대로겠죠」

그의 눈빛은 『안 속아요』라고 말하는 듯이 날카롭다.

「전서구가 된 그 녀석이 네지 씨의 예상대로 행동할 것도, 제가 여기 올 것도, 그 녀석을 눈에 띄는 1학년으로 꼽을 것도 전부 알고 있었을 거예요. 그냥 확인 작업이잖아요, 이런 건」

시로타의 말에는 단언하는 듯한 힘이 있다. 그래서 네지는 싱글벙글 웃었다. 속내 같은 건 없어요,라고 말하듯이 사근사근하게, 그리고 수상하기 짝이 없게. 시로타는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이 질색하며 문을 열고 나선다.

「사람을 남을 재보는 잣대 취급하지 마세요」

대화의 여운조차 남기지 않은 채 문이 닫혔다.

「……이거야 원, 시로타 군은 똑똑하네」

멀어지는 발소리를 들으며 네지는 웃음을 억눌렀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로타 군과의 거리감을 이만큼이나 잘 가늠할 수 있다면 어딘가에든 써먹을 수 있겠어, 저 전서구 군은」

그 섬세함은 무대에도 응용할 수 있으리라. 네지의 머릿속에서 온갖 이미지가 샘솟는다. 마치 하나의 세상을 창조해낼 듯한 기세로.

「그나저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인가. 후미랑 카이도 똑같이 말했지」

아무래도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전서구에게는. 그렇게 말하는 네지에게도 아직 보이지 않는 점들이 많은 후배였다.

「무대는 거대한 장치고, 잭과 잔느는 톱니바퀴…… 나는 그걸 조립하는 장인이야. 어떤 모양의 재능을 갖고 있는지 보여주셔야겠어」

네지는 들고만 있던 커피를 한 모금 삼킨다. 진즉 식어버린 커피가 지금의 제겐 딱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