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CEPT ART & SHORT STORY :: 02. 무츠미 카이(睦実介) 번역

, 2022 ·JACKJEANNE_잭잔느 번역/SS_쇼트 스토리

원문 :: https://jackjeanne.com/special/cass/

CONCEPT ART & SHORT STORY|ジャックジャンヌ 《 JACKJEANNE 》

『ジャックジャンヌ 《 JACKJEANNE 》』CONCEPT ART & SHORT STORY

jackjeanne.com

 

 

「잭잔느(JACKJEANNE)」 메인 캐릭터 일동의 오리지널 쇼트 스토리(short story) & 컨셉 아트(concept art)

 

무츠미 카이(睦実介)

 

Sui Ishida/BROCCOLI

 




◇


굵은 줄기에서 뻗어나간 무수히 많은 가지와 이파리가 하늘을 뒤덮어 빛을 가린다. 나무뿌리에는 이끼가 가득 끼었고, 비가 온 것도 아닌데 습기를 머금은 고사리 잎은 이따금씩 위아래로 흔들렸다.

「……」

그런 어둑한 산속에 조용히 녹아든 것처럼 가만 서있는 이가 한 명. 주변 사람들은 「카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무츠미 카이(睦美介)는 짹짹 지저귀는 새소리를 쫓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이 땅에 뿌리내린 채 몇십, 몇백 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그 몸에 새겨온 이 나무와도 같이.
먼 옛날부터 신앙의 대상이었던 오오다테 산(大伊達山). 본래 사람이 드나들 곳이 아닌 이 신성한 산이 수많은 사람들을 불러들여 화려한 가극을 피로(披露)하는 유니베일 가극 학교의 뒤편에 우뚝 솟아있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카이 역시 학생 중 한 명이고, 가장 상급생인 3학년이다. 소속된 반은 쿼츠. 「투명」을 반의 테마로 내거는 쿼츠는 아직 어떤 빛깔도 띄지 않은 무대 미경험자가 입학하는 경우가 잦다. 옛날의 카이도 마찬가지였다.

「……입학, 인가」

계절은 봄. 쿼츠에도 새로운 학생들이 입학한다.

──네가 보기에 올해 1학년들은 어때, 카이?

문득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말이 선명하다. 그럴 만도 하지. 오늘, 그것도 아주 방금 전에 들었던 말이었으니까. 상대는 네지 코쿠토(根地黒門).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인 그는 쿼츠의 반장(組長)을 비롯해 대본 집필이나 연출 등 무대에 관한 여러 가지를 담당하고 있다. 재능이 넘쳐흐르는 사내긴 하지만, 그만큼 특이한 데다가 안경 뒤에 자리한 두 눈으로 언제나 흥미로운 것을 찾아 헤매고 있다. 오늘도 그랬다. 카이는 네지와의 대화를 돌이켜보기 위해 눈을 감았다.

「내가 본 1학년?」
「그래! 신입생 공연을 향해 열심히 날아오르려는 병아리들의 모습이 네 눈에는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어떠한 의미가 있는 질문인지, 혹은 그저 변덕인지. 알고 있는 건 거스르려 해봐야 시간만 아깝다는 것뿐이다. 카이는 확인하는 것처럼 1학년들을 둘러보았다.

(저 세 명……)

시선이 멈춘 곳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며 모여있는 1학년 삼인조다. 한 명은 어디서든 시선을 이끄는 밝음을 지닌 오리마키 스즈(織巻寿々). 다른 한 명은 소극적이면서도 사려 깊은 눈으로 상대의 말에 제대로 귀를 기울여주는 요나가 소우시로(世長創司郎). 그리고 그 두 사람을 이어주는 가교이자, 지금 진지한 표정으로 뭔가를 말하고 있는──

「아아, 재미있지, 저 아이들」

눈치 빠르게 알아차린 네지가 안경을 고쳐쓰며 그들을 바라본다.

「입학 직후엔 보통 『나야말로 1등, 걷어차자 동기!』가 되기 십상인데 저 애들은 언제나 셋이 함께 있어.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눈에 띄지」

네지의 입꼬리가 신나게 올라갔다.

「이거 참, 길(吉)이 나올는지, 흉(凶)이 나올는지……」

안경 뒷편의 눈동자가 가치를 셈하는 듯한 시선으로 1학년들을 바라본다.

「……너무 시험해보지는 마라」

카이는 경고하듯 말했다.

「뭐야─, 나도 한가한 사람 아니거든?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시간 쓸 일 없단 말이지!」
「……」
「어라라, 『그게 걱정이다』라고 말하는 표정이네. 날 못 믿는 거야, 잭 에이스?」

네지의 말에 무심코 찌푸린다.
남성 역도 여성 역도 모두 남학생이 연기하는 유니베일 가극 학교에서는 남성 역할을 잭, 여성 역할을 잔느라고 부른다. 타고난 체격이나 신체 능력과 함께 성실한 연기력을 지닌 카이는 잭 중에서도 주인공을 맡게 되는 잭 에이스를 담당하고 있다. 잔느 중에서 주인공을 맡는 알 잔느와 함께 반의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존재지만, 동기이자 알 잔느인 후미──타카시나 사라후미(高科更文)와는 달리 카이는 아직도 그 직함이 어색했다.

「나는 어디까지나 그릇이야」

알 잔느를 꽃(
華)으로서 보다 아름답게 빛내주기 위한 그릇(器). 타카시나 사라후미를 빛나게 하기 위한 그림자. 그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카이는 생각한다. 그리고 카이를 그렇게 만든 것이 바로 이 네지 코쿠토다.

「뭔가 불만이라도 있으신지?」
「……아니」

후미를 받쳐주는 것에 불만은 없고, 쿼츠를 위해서라면 자신이 가진 힘 전부를 바칠 각오도 되어있다. 다만 잭 에이스라는 감투가 제게는 너무나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입학한 뒤로 줄곧 알 잔느를 연기해온 후미라는 재능을 알고 있기에 더더욱. 카이는 다시 한번 1학년 삼인조에게 시선을 두었다. 무대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대등하게 보여서 어쩐지 부러워졌다. 다만, 그 균형이 언제 무너질지는 알 수 없다.

「신입생 공연에서는 누가 성과를 내려나아」

녹빛 향을 머금은 바람이 사락사락 흘러간다. 카이는 감았던 눈을 뜨고 나뭇잎 사이로 따스하게 쏟아져내리는 햇빛을 바라보았다. 사람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찬란하게 빛나는 유니베일이 카이에겐 과하게 눈부실 때가 종종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그저 그대로 존재할 뿐인 자연에 몸을 맡긴 채 홀로 숨을 돌리곤 하는 것이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할 뿐)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으려는 찰나, 카이의 시야 끝자락에 새하얀 무언가가 재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 아아……」

바라보자 고사리 잎 사이로 하얀 족제비의 얼굴이 보인다. 하얀 족제비는 카이 쪽을 흘긋 보더니 산을 내려가려는 듯 뛰어갔다. 오오다테 산에는 온갖 야생동물이 살고 있다. 개중에서도 족제비는 오오다테 산의 신앙과도 관련이 있어 정중히 모셔졌다는 듯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인간에게 다가오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우왓!」

흰 족제비가 사라진 방향에서 사람이 놀라는 소리가 들려온다.

「저 목소리는……」

카이는 소리가 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기엔 카이의 후배이자 연습장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신입생 삼인조 중 한 명이 있었다. 함께 있던 오리마키 스즈나 요나가 소우시로보다도 훨씬 자그마한 데다가 목의 굴곡이 도드라지지 않아 2차 성징의 흔적도 느낄 수 없다. 흰 족제비는 그 후배를
제법 잘 따르는 듯 그의 발밑을 빙글빙글 돌았다. 족제비는 그렇게 한참을 까불거린 뒤에야 만족했는지 어딘가로 뛰어간다. 그 뒷모습을 시선으로 좇던 1학년은 대본을 펼쳤다. 신입생 공연의 대본이겠지. 뭔가가 잘 안 풀리는지 복잡해 보이는 표정으로 같은 페이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여성 배역도 남자가 연기해야 하는 유니베일 가극 학교에서 큼직한 눈동자와 작고 가냘픈 몸매는 귀중하다. 당연히 잔느로서 살아갈 터다.

(……하지만)

무대에 대한 열정이 배어 나오는 옆모습에서는 잔느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강인함도 느껴졌다. 잭 에이스 후보나 알 잔느 후보는 1학년 때 대부분 정해진다. 재능이 넘치는 인간이란 입학할 때부터 주변인들과는 무언가가 다른 법이다. 카이의 동기이자 알 잔느인 후미가 그랬듯이.

그렇다면 저 1학년은──

「……? 앗, 카이 씨. 수고하셨습니다!」

카이의 시선을 느낀 건지, 후배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운 공기가 카이의 뺨을 어루만졌다. 혼자 있기 위해 이곳에 왔지만, 이 후배는 함께 있어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분위기를 지녔다.
카이는 입을 열었다.

「어려운 부분이 있는 거라면, 도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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